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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피니언

[에디터레터] 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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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유럽 구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렸죠. 외신들의 보도를 접해보면 당초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 야당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8)는 10% 정도의 지지율에 그치고, 26년간 철권통치를 했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현 대통령은 5년 더 임기를 하게 됐습니다. 1994년부터 대통령을 했는데 제 막둥이 동생의 인생보다 더 길게 대통령을 하셨네요. 
 

이미 수도 민스크는 부정선거 의혹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사진도 쏟아집니다. 그런 가운데 대선 결과에 불복 투쟁을 하지 않을까 싶었던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잠적을 거쳐 리투아니아로 전격 망명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BBC의 제목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Opposition leader Tikhanovskaya fled ‘for sake of her children’”. 손쉽게 번역하면 야당 지도자 티하놉스카야가 ‘애 때문에’ 망명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는 애 때문에 망명을 했다는 티하놉스카야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여당 측에서 끊임 없이 아이들을 해코지하겠다고 협박을 하는데 말이죠. 독재국가라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안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당초 대선에 출마하려 했던 남편은 구금 중입니다. 아이들 역시 감옥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억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문제는 여성 정치인들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벨라루스에서는 실제로 루카셴코 대통령부터 여성이 하기에 대통령은 과중한 일이라는 식의 발언을 일삼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은 정치적 의견을 모았고, 개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상당수 여성 야당 대선 후보들 역시도 남편이 구금돼 출마했죠. 
 
머나먼 대한민국에서 티하놉스카야의 결정에 공감하면서도 또 벨라루스의 민주화 열기에 지지와 연대를 보냅니다. 봄은 올 것입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