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인사이트]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할 수 있을까…일본의 ‘원격 근로’ 실험


요즘 일본에서는 ‘리모트 워크(remote work)’ ‘워케이션(workation)’이란 말이 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업 주부나 워킹맘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본래 리모트 워크는 원격 근로라는 뜻으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출장지나 재택근무 등으로 업무를 본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리모트 워크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회사에서 도입을 하고 있다. 회사에 지정좌석을 없애는 대신, 본사와 주요 사옥에 독서실 형태의 좌석을 만들어 놓아 자신이 편한 장소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리모트 워크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는 전체의 20%(2018년 기준)에 그친다. 
 
워케이션은 근무 겸 휴가라는 뜻이다. 휴가를 가서 일한다는 뜻으로 해석가능하다.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휴가 중에도 직장 상사의 연락에 시달리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근로자가 부담 없이 휴가를 사용하는 대신, 휴가 때 근로를 하는 것은 인정을 해주는 제도다. 일부 회사들은 피서지 인근에 원격 화상회의실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NTT커뮤니케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리모트 워크나 워케이션은 단순히 기술의 발달과 근무지의 이동가능성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직장맘들의 고충을 다소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리모트 워크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관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역시 한국에서처럼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단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꼽힌다. 양질의 고급 인력이 출산 후 육아로 인한 부담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은 인구 절벽 시대에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는 리모트 워크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세미나도 꾸준하다. 일본 대표 신문인 마이니치는 내년 1월 16일 도쿄에서 리모트 워크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 자녀의 여름방학 시즌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부모와 자녀 워크 프로그램’ 등 대안을 검토하는 행사다. 

 

리모트 워크나 워케이션은 국내에도 잘만 도입하면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장 어린이집에 붙어있는 카페에서 일할 수 있는 엄마들을 상상해 보면 그렇다. 엄마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지근거리에 있고, 원격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야근도 지금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당장 어린이집에 종일반을 보내더라도 오후 4시면 아이들이 다들 하원을 하고, 또 하원 도우미를 찾아야 하는 일이 예사다. 언제쯤 엄마는 마음 편하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PHOT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