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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되겠냐는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전 호러작가 꿈꿔요"

스티븐 킹 소설 읽으면서 키운 ‘호러 작가’ 꿈
호러의 매력 “강해야 한다는 강박 내려놓게 해”
“각자가 가진 내면의 순수함 꺼낼 수 있었으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현정(22)씨의 꿈은 호러 작가다. 이벤트 기획과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호러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 틈틈이 시놉시스를 쓴다고 한다.

 

다양한 장르 중에 굳이 호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사실 처음엔 자극적이라서 좋아했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과 연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답했다. “가상의 공포 앞에서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놔도 되잖아요. 이게 좋았어요.”

 

 

◇ 스티븐 킹 소설 읽으면서 키운 ‘호러 작가’

 

- 카페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올해 초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카페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친구들 만나는 것 포함해서 가장 재밌게 한 일 중 하나다. 성격이 서비스직이랑 잘 어울린다. 상처를 ‘제로(0)’로 받는다. 음료 만드는 것도 꽤 재밌고, 손님들이 맛있게 마셔주면 기분도 좋다.”

 

- 그 정도면 카페를 차릴 생각은 안 해봤나.

“카페를 차릴 생각은 안 해봤다. 더 마음이 가는 꿈이 있어서다.”

 

- 꿈이 궁금하다. 전공인 문화콘텐츠와 연관이 있나?

“이벤트 기획과 광고·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다.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뒤에서 준비하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게 좋다. 이 때문에 이벤트 기획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광고 디렉터 쪽도 관심이 많은데, 초등학생 때부터 수첩을 목에 걸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모두 적는 편이다. 이 아이디어들을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호러 작가다.”

 

- 호러 작가를 꿈꾼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생 때 호러 영화를 처음 보면서 호러 장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면에 끌렸던 것 같다. 이후에 호러 작가 스티븐 킹 같은 유명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장면들을 상상하는 데에 많은 재미를 느꼈다. 영화로 봤을 때와 달리 내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 다가오는 자극들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호러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 “호러, 강해야 한다는 강박 내려놓게 만들어”

 

- 좋아하는 호러 작품은?

“스티븐킹의 ‘잇(it)’이다. 처음 소설로 읽었을 때, 일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광대에 대한 공포를 잘 살렸다고 생각했다. 등장하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무서운 존재의 대비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소설을 쓴다면 이런 쪽을 지향하고 싶다. 일상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만, 상상 이상의 것에서 무서움을 느끼는 재미도 크다.”

 

- 주위 반응은 어떤가?

“물론 어른들은 ‘돈벌이가 되겠냐’며 걱정하시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실 이해는 간다. 영화관에 가서도 호러영화를 택하는 사람은 소수다. 관객 수가 높아도 최고 관객으로 오르는 경우도 드물고.”

 

- 그래도 호러가 좋은 이유는?

“공포심이라는 게 결국 사람의 약한 모습을 뜻하지 않나. 호러는 ‘강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강박관념을 내려놓게 만들고, 약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게 좋다. 강박적으로 강하고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너 이거 진짜 안 무서워?”라고 자문하는 재미도 있다. 가상의 상황으로 공포를 느끼게 해 연약함을 보여줘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게 좋았다.”

 

- 호러가 사람들을 잠시나마 순수하고 솔직하게 만든다는 건가?

“맞다. 사실 같은 맥락에서 디즈니·픽사·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아동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토리 작가를 꿈꾼 적도 있다. 사람들은 어른이 될수록 순수함을 잃어간다고 생각해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호러랑 같은 맥락이지.”

 

◇“사람들이 내면의 순수함 꺼낼 수 있었으면”

 

- 사람들의 순수함을 꺼내주는 게 좋은 이유는?

“아기들과 노는 걸 좋아한다. 아기들도 날 좋아하는 편이고. 아기들과 놀다 보면 말 그대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보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끌어내는 건 정말 재밌다. 단순하게 말하면 귀엽고, 한편으론 모든 사람이 각자만의 특징을 가진 종잡을 수 없는 재미있는 존재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게 매력적이다.”

 

- 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게 있다면?

“시놉시스를 틈틈이 많이 쓰는 편이다. 또 영화나 전시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을 무조건 ‘열줄 이내의 소설’로 쓴다. 열줄 안에 기승전결을 다 넣어 완벽한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 거다. 플롯을 생각하는 능력이나 문장력이 확실히 길러지는 것 같다. 열줄 안에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쓰기도 하고. 혼자 해보기 시작한 방법인데, 글 쓰는 노트가 작아서 열줄 안에 쓰다 보니 이런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다.”

 

- 이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데, 요즘은 재밌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선지 사람들이 진득하게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생각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제일 좋은 콘텐츠나 본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감각을 담은 매체가 나오더라도,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힘을 발휘할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 조카나 아기들이 있으면 ‘착하게 자라라’, ‘돈 많이 벌어라’보다는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 돼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이 못 보는 걸 보고, 더 나아가 그걸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모두 관찰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남들과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

 

우먼스플라워 주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