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된 남녀가 가정을 꾸려가다 보면, 왜 결혼을 했나 싶을 때가 있다. 남편의 습관이나 행동에 실망하기도 하고, 이럴 거면 결혼 전에는 왜 이리 부지런하고 또 늠름했었나 원망도 든다. 하지만 우리는 부부고, 부부라면 또 서로 열심히 함께 하는 것이 운명 아닐까. (의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싫으면 헤어지는 것은 자유지만, 사랑하니깐 함께하고 또 노력하는 건 선택이고 운명의 영역 아니겠나.)
지난 22일 서울YWCA와 유한킴벌리가 공동주최한 생명사랑 신혼부부학교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5년 이내 신혼부부가 참가 대상으로, 기자는 만 5년차라 간신히 자격 요건을 맞춰서 참가신청서를 냈고, 합격자 명단에 꼽혀 참가할 수 있었다. 약 50커플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서울YWCA와 유한킴벌리가 2009년부터 시작해 만 10년이 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저출생 시대, 새로운 세대를 이루어 갈 신혼부부들이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건강한 부모가 되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날 강사는 tvN ‘어쩌다 어른’에도 출연했던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가 나왔다. 손 대표는 젠더감수성코치로 평등한 부부 관계와 행복에 대한 강연을 준비했다. 손 대표는 부부는 서로를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각자가 독립된 개체지, 나의 부족함을 꼭 채워줄 수 있는 상대란 없다. 서로 함께 도우면서 좋은 가정을 꾸리고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각자 다른 1의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까지, ‘1+1+@’가 합쳐졌을 때 결과는 얼마가 나올 것인가. 3이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게 부부고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또한 부부는 배려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손 대표는 강조했다. 배려보다는 ‘존중’이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할 때 평등한 부부관계가 가능하다. 집안일도 남편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고, 가정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기 보단,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깊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결혼이란 무엇인가. 이 행시 짓기를 하자 한 참석자는 ‘결국, 혼인신고’라는 말을 해 공감을 얻었다. ‘결혼은, 혼자가 아니다’는 답도 있었다. 그렇다 어떤 답이든 혼자가 아니게 되고, 혼자가 아닌 둘이 되기 위한 약속이다. 이 말을 되새기며 돌아왔다. 약간은 권태기가 찾아왔을 수도 있는 5년된 부부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잡을 수 있었다. 부부를 위한 클래스라 성교육과 밀도 있는 팁, 자녀 양육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는 덤이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