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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생활실천…제로웨이스트 현장을 가다

[르포] 길음역 제로웨이스트샵 ‘일상공감’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재활용품은 순환시켜서 낭비가 없도록 하는 생활습관과 그 실천을 말한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고달프다. 철저한 실천은 끊임없는 불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뿐인 지구를 조금 더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불편을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4일 지역 환경모임 회원들과 함께 성북구 길음역 인근 청년창업거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일상공감’을 방문했다. 약 10평 남짓하게 느껴지는 공간에 제로웨이스트 물품이 가득 진열돼 있다. 매장 사장과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면서 물건을 살펴보고 일부는 구매했다. 

 

 

눈길을 끄는 제품은 고체치약과 성냥이었다. 고체치약은 입에 물고 있으면 치약 거품이 되는데, 이후 칫솔로 솔질을 하면 일반 칫솔질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포장도 없고, 자신이 준비해 온 용기에 담아 가는 방식으로 판매를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성냥은 처음에는 약간 생뚱맞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결에 흡연 현장에서 몇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라이터를 대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옛날 물건처럼 느껴지는 성냥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다른 한 켠에는 주방세제와 면수세미가 있었다. 플라스틱 수세미는 설거지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반영구적인 면수세미를 사용해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자는 취지다. 아예 천연수세미를 사서 사용할 수도 있다. 수세미의 껍질을 벗겨낸 다음 물에다 적셔서 설거지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천연수세미를 사용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면수세미만 하나 샀다. 

 


 
제로웨이스트샵에서는 주방세제나 샴푸 등을 자신이 가져온 용기에 담아 구매할 수 있다. 그 외에 나무로 만든 도마나 면생리대, 생리컵 등도 있었다. 면생리대와 생리컵은 일회용 플라스틱 생리대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들이다. 생리컵은 여러가지 크기가 있었는데, 개인별로 맞는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천연 양모 건조볼도 인기다. 건조기에 빨래를 돌릴 경우 구겨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는다고 한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는 구매보다도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이 더 중요하다. 잔뜩 플라스틱을 모아뒀더라도, 단 하나의 부적절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있다면 전체 재활용품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적절한 스티커가 있는지, 비닐을 잘 벗겨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플라스틱 재활용품을 모을 때는 색깔별로 모으고 투명이나 흰색은 별도로 모아야 한다. 

 


매장 한 켠에는 나눔코너도 있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악기나 장난감 등 집안에서 더 이상 쓰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물건을 나눔하는 장소다. 잘 정돈하고 닦아서 내놓으면, 다른 소비자가 와서 가져갈 수 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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