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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피니언

70대에도 일할지 고민하는 ‘60대 현역’의 비결

[당신이 희망입니다⑦] 58년생 공인중개사 노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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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에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현장을 누비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자 목표이다. 100세 시대라 하고 누구나 정년퇴임 이후를 꿈꾸지만, 모두에게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현숙(62) 공인중개사는 그 기회를 잡은 일부 중 하나다. 2000년대 초 늦깎이로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뒤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오며 자신의 사업장을 가꿔왔다. 
 
우먼스플라워는 노 공인중개사를 만나 삶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돈암동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노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2003년이다. 주부로 지내오던 중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서 다시 시작하는 공부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민법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민법총칙의 수많은 용어들이 어려웠어. 외울 것이 많은 것은 기본이고, 뭐 그리 권리와 의무관계가 많던지. 꼬박 2년을 고시 준비하듯 공부했지.” 
 
어렵게 공부한 권리관계와 부동산학, 민법 등의 이론과 지식은 현역에서 십여 년째 활동하는 실무에서도 도움이 된다. 지금도 노씨가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기 전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권리관계 파악이다. 쉽게 말하면 법원에 소송이 제기됐거나 은행 등에서 압류가 들어온 부동산 물건인지 등 ‘법적 하자’ 여부를 살펴보는 일이다. 
 
◇“공인중개사는 나 혼자서 기다림과 싸우는 것”
공인중개사는 어떤 직업일까. 노씨에게 공인중개사 직업의 핵심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기다림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이다. 설명을 요청했다. 
 
“거래가 활발할 때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가 와. 그런데 어떨 때는 거래가 아예 없을 때가 있지. 2~3일 동안 전화 한 통, 방문 손님 한 명이 없기도 해. 그럴 때는 나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기다려. 지친다고 문을 닫으면 그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손님에게서 버려지거든.”
 
많은 자영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노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자신보다 먼저 사무실을 운영해왔던 선배 공인중개사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다릴까. 팝송을 좋아하는 노 공인중개사는 노래를 들으면서 이겨낸다고 한다.
 
또한 때때로 마실에 오듯 사무실을 방문하는 동네 주부들과의 네트워크도 노 공인중개사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무형 자산이다. 
 
그의 영업 비결은 ‘진실한 브리핑’이다. “집을 잘 파는 비법은 없어. 솔직하고 진실된 설명이 최고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 (고객 관계와 평판이) 오래 가지.” 하지만 매사에 의심이 많은 고객들인 경우에는 응대가 쉽지만은 않다는 애로사항도 함께 들려온다. 또한 집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매일 운전을 해야 한다. 본래 운전을 좋아하고 자신이 있어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여성인 점 역시 노 공인중개사에게는 일하는데 자산이다. “공인중개사는 여성이 많고, 또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직업이다. 세심한데다 신뢰를 주기 좋다. 손님을 응대할 때도 여성으로서 강점이 있다. 새댁이나 중년 주부 등 나이대 별로 살아온 길에 대해 공감하면서 이를 풀어나가기도 좋다.“
 
공인중개사로서 직업병은 없을까. 그는 “여행을 가도 예쁜 집이 있거나 눈에 띄는 마을이 있으면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라며 “어디를 놀러 가도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주변에 있는지 살펴본다”고 말했다.  
  


◇하루 9시간 반 근무, 피곤해도 퇴근 후에는 운동
노 공인중개사의 일과는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다. 대개 손님들이 11시쯤부터 방문을 하거나 약속을 잡고 오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은 오후 8시. 하루에 9시간 반을 일하는 셈이다. 일요일 하루 쉰다고 했다. 출근과 동시에 신문 기사를 살펴보고, 인터넷으로 주변 부동산 물건을 확인한다. 이후에는 현장을 둘러보거나 고객이 오면 함께 매물로 나온 집을 방문하고, 또 거래를 체결하는 등의 일을 한다. 

 

손님들은 시도때도 없이 온다. 물론 안 올 때는 아예 발길이 끊어질 때도 있다. 비율로 보면 예약을 하고 오는 사람이 70%, 예고없이 방문하는 ‘워크인(walk-in)’ 손님이 30% 정도다. 대개 발품을 팔기 위해 동네를 돌아보다가 부동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일하다 보면 집을 구해서 입주한 사람들이 몇 년 지나 동네를 떠나고, 결혼한 새댁이 아이를 키워 자녀 학교 주변 집을 알아본다면서 다시 찾아오는 일이 다반사다. 이럴 때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어렵사리 가격을 맞춰서 집을 산 신혼부부가 몇 년 뒤에 집값도 좀 오르고 자리도 잡았다면서 이사간다고 인사도 오곤 해. 번듯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고맙고 그렇지. 나를 통해 거래한 사람들이 돈 벌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그 집에서 행복하게들 살고.”
 
좋은 집과 피해야 할 집에 대해서도 물었다. 좋은 집 고르는 요령을 묻자 “역세권이나 평지, 대형 단지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남향이고 베란다에 곰팡이가 없는지, 습기가 많은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또한 물이 새는 등 하자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피해야 할 집에 대해서는 실제 시세보다 융자가 많은 집, 압류가 많은 집 등이 있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인터넷 시대에도 발품의 가치는 유효한지’를 물었다. 단번에 “아니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금은 정보가 공개된 사회잖아. 인터넷 치면 다 나와요. 너무 돌아다니기만할 필요는 없어.” 
 
노씨는 퇴근 후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을 한다. 그동안 헬스장 등을 다니면서 다양한 운동을 해왔고, 최근에는 여성 전용 피트니스를 다닌다고 한다. “이 나이 되도록 일하려면 몸을 챙겨야지. 영양제도 꾸준히 먹고 운동은 거르지 않고 있어.”
  
◇일 하느라 제대로 못 챙겨먹었던 점심
우먼스플라워는 노 공인중개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노씨의 사무실 인근에 있는 식당이다. 대개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곳이지만, 정작 노씨는 근처에 사무실이 있으면서 자주 갈 일이 없었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간단히 시켜먹기 일쑤였다.
 
또 노씨는 식사 중 콜라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 이유는 꾸준한 자기관리에 있다. 나이가 들어서 일하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운동과 몸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음식을) 먹는대로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 겸손하게 답했지만, 탄탄한 체격의 비결은 매일 진행하는 운동과 자기관리에 있었다. 또한 노 공인중개사는 매주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도 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공인중개사 업종은 타격이 적은 축에 속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작년에 비하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데다, 소비와 직결된 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에서 지켜보면, 경제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는데 시중에는 자금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와 경제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노 공인중개사는 “기다리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 공인중개사는 언제까지 현역으로 일을 할까. 그는 이렇게 답을 했다. “길어야 5년, 짧으면 3년 더 일을 할까 싶어. 70대 할머니가 되어도 일을 해도 되나 하는 의문도 들고. 물론 지금도 체력은 충분하지.”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