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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피니언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누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희망입니다④]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20년 경력 자살예방 전문가로 정책 수립·실행 등 맡아와
“힘들어 보이는 주변 사람에게 ‘괜찮니’ 하고 묻는 습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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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매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작년에는 2위가 됐는데 그 이유는 리투아니아가 새로 OECD 회원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이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문제해결 수단으로 자살을 용인하는 문화, 경쟁을 강조하는 가운데 뒤떨어지면 무너지는 정서 등이 이유로 꼽힌다고 한다. 
 
하지만 자살률이 높다는 수치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할 수는 없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고, 또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그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 바로 중앙자살예방센터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근거한 정부 기관으로,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게이트키퍼(생명사랑지킴이) 양성도 맡고 있다. 
 
2012년 출범해 9년가까이 이 곳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는 신은정 부센터장이 있다. 20년 경력의 자살 예방 전문가 로, 한국기자협회 사건기자 세미나, 생명보험협회 세미나 등 관련 행사에서 주요 패널로 섭외되는 연사이기도 하다. 
 
우먼스플라워는 최근 신 부센터장을 만나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괄호 안은 편집자 주.)
 
Q.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우리나라 자살예방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자살 고위험군 인물에게 개입하거나, 특정 지역의 자살 문제를 관리하거나, 긴급 상황을 관리하기도 하죠. 병원 응급실과도 긴밀하게 협업을 합니다. 흔히 자살과 관련된 곳은 정신과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응급실과 함께 일하는 일이 많습니다. 자해를 한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구조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죠. 그 외에도 병원이나 보건소, 상담센터가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만들고, 모니터링이나 평가를 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Q. 타 정부 부처와 협업도 많나요. 
 
“물론이죠. 예컨대, 번개탄 자살이 늘면 산림청과 협업을 하기도 하고, 고용자의 자살이 늘어나면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하죠. 교통사고나 산재 문제에 있어서도 협업은 필수입니다. 2018년부터는 아예 경찰청 등 18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저희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됩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도 생겼고요. 이 때문에 자살 문제에서 경찰이나 소방 등 각 기관들과 더 많은 협조를 하면서 자살 예방을 하고 있습니다.”
 
Q.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10만명당 자살률이 24.6명으로 OECD 최상위 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경쟁 문화를 꼽을 수 있어요. 교육에서부터 경쟁을 강조하고 있죠. 이 때문에 경쟁에서 뒤떨어지거나 소속을 잃었을 때 무너지는 정서가 큽니다. 또한 사람들이 경제적 요소를 삶에서 매우 중시해요.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도 많죠.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수단으로 자살을 용인해 주는 문화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어요. 유명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네티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용인하고 있죠. 가족 문화도 한 몫 해요. 
 
심지어 ‘치매 걸린 부인을 죽이고 동반자살한 남편’의 기사가 나오면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있죠. 이건 동반자살이 아니고 살인 후 자살입니다. 다같이 모여서 각자 자살하는 것이 아니면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는 절대 쓰면 안 됩니다.”
 


Q. 자살률이 가장 높은 세대는 누구입니까. 
 
“노년층의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자살 인구로 치면 40~50대 남성이 가장 많지만, 비율로 보면 노년층이 가장 높습니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 아플 때 누구도 나의 삶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자녀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죠. 이런 경제적 요인이 노년층 자살률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10~20대도 사망 원인의 1위가 자살이죠.“
   
Q. 부센터장은 어떤 일을 하나요.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보고를 받고 회의를 하는 일이 많아요. 자살예방정책이 잘 시행되는지 확인하고, 많은 실무자와 만나죠. 경찰 등 외부 기관과 업무 조율도 제 몫입니다. 의외로 제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자살을 업무로 다루고 있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꽤 큽니다. 이들의 정신건강을 챙기는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죠.

 

그 중에서도 자살 모니터링하는 직원들이 매우 힘들어 해요. 자해 사진을 모니터링해서 삭제하는 업무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소고기를 먹기 힘들어 할 정도죠. 통계를 다루는 직원은 어떨까요. 내가 만든 통계 숫자 하나가 틀려서 정책이 어그러지면 어떡하느냐는 압박감 속에 삽니다. 이 때문에 각 실무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Q. 이전에 언론인터뷰에서 ‘자살기도자 중 80~90%는 사전에 신호를 보내지만 주위에서는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자살기도자 80~90%는 사전 시그널을 보냅니다. 그걸 분석해 보니 연령별, 상황별로 차이가 존재해요. 그것을 정리하는 사람이 게이트키퍼(생명사랑지킴이)입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교육하는 것이죠. 
 
내 가족, 친구 등이 갑자기 어떤 일로 인해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가정해 보죠. 잘 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한 번 물어봐줘야 해요. 그리고 또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 좋죠. 내가 주변에 자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사람을 알고 있으면, 그 지인을 전문가에게 연결해 줄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누군가가 자살했을 때)이 있었는데도 못 알아차렸다고 해서 자신의 문제는 아니에요.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았더라도 (주변의 자살 사전 시그널을) 못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합니다.”
  


Q. 자살 문제에 있어서 유명인의 자살이나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보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영향이 굉장히 크죠. 자살 수단이 바뀔 정도에요. 이전에는 20대 여성의 자살이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죠. 이 때문에 언론이 자살에 대해 항상 조심스럽게 보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살 수단이 사건 보도를 통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다뤄달라고 강조하는 포인트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언론보다 확장성이 더 큽니다. 인스타그램에 자해 게시글의 해시태그를 삭제한다던가 하는 등의 일을 위해 협업을 요구하는 것도 저희의 일입니다.”

 

Q.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우울증, ‘코로나 블루’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 역시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욕이 많이 떨어집니다. 활동 범위와 양이 제한되고 있으니 그렇겠죠. 돌봄서비스를 받는 독거 어르신이나 어린이집 서비스를 받는 부모는 어떨까요. 양육 등 모든 일이 가정으로 집중되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하면서 아이도 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애로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니 우울감을 떨치기도 어렵죠. 경제도 어렵고, 의사소통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 상황이 오래 가면 안 될 것입니다.“

 

Q. 사업 실패 등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주변 사람이 힘들어보이면 조심스럽겠지만, 힘든 일이 있냐고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지인들에게 안부를 꼭 물어봐 주세요. 힘든 사람은 누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 고민이 너무 위급해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바로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요즘은 정보화시대입니다. 누구나 자살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SNS를 통해 나부터 참여할 수 있죠. 실제로 군인들 중에서 자살 유해정보를 신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Q. 자살 예방이라는 일을 직업으로 하신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존경도 많이 받으시지만, 현업을 진행하면서는 애로사항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일하다보면 우울해집니다. 죽고 싶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 상담하는 사람도 우울해져요. 이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죠. 또 열심히 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좌절감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업무의 매력이죠.  자살보도권고기준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 기자들에게 말할 때는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지금은 기자들이 미리 문의하기도 합니다. 

 

또 제 아들이 고1 때 중앙자살예방센터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는 펜을 들고 학교에 간 적이 있어요. 친구들이 ‘너 자살 생각했었냐’라고 물었고, 아들이 ‘우리 엄마가 여기서 일한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뿌듯했죠.”
 
Q. 부센터장님이 일하시는데 여성이라는 점이 도움이 되는지요? 본인이 생각하는 여성 리더의 조건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남을 케어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섬세함이 요구됩니다. 여성으로서 강점이 있죠. 또 힘들어 하고 있는 상담 대상자들이 여성 상담자에게 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센터에도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더 많습니다. 
 
저는 심리상담사 출신으로 지역에서 상담한 것과 센터에서 일한 것을 합해 20년을 일해왔습니다. 육아휴직은 쓰지 못했고, 출산휴가는 썼습니다. 
 
여성들이 (사회 진출) 스타트는 더 빠르지만, 근속연수가 길어질 수록 소수가 됩니다. 그 이유 중에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지치는 것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후배 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너무 모든 것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고,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일이 중요할 때는 일을 우선순위로, 일이 조금 여유롭다면 가정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와 함께 있으면 좋아하기에,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 아이가 커서 돌아보니, 아이 역시 내가 의미있는 일을 해왔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합니다.”
 
Q.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실의 전달이 누군가에게는 자살을 야기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자신이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살을 다루는 기사 끝부분에 꼭 ‘힘들면 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라’는 문구와 기관명, 전화번호를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말씀드립니다. 사업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내 삶과 가족의 관계를 끊을만큼은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정부 제도도 많습니다. 그리고 꼭 주변인들에게 ‘괜찮니’라고 안부를 물어봐 주세요.”
 


◇직원들을 위해 떡 선물=우먼스플라워는 신은정 부센터장과 중앙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을 위해 감사의 의미로 간식용 떡을 한 팩 선물했다. 타인의 자살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센터 직원들에게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기억이었기를 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 예방이라는 숭고한 가치에 성원을 보내고 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