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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에도 어린이 돕는 후원자 손길 고맙죠”

[당신이 희망입니다③] 홍우정 홀트아동복지회 본부장
창립자 홀트 일대기 담은 TV 프로그램에 아동복지 입문
다문화가정 지원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12년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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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트아동복지회는 국내에서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복지단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미국인 해리 홀트(1905~1964)씨와 버다 홀트(1904~2000)씨 부부가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의 고아 8명을 입양하면서 시작했다. 부부는 물론이고 딸 말리 홀트(1935~2019)씨도 한 평생 고아와 장애아동을 위해 봉사하다 세상을 떠났다. 세 사람 모두 경기 일산 홀트복지타운에 묻혀 있다.
 
지금도 복지회는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해리 홀트의 말을 모토로 삼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동 보호 및 입양 외에도 미혼한부모 주거지원 및 자립 지원, 학대 피해아동 보호 사업, 어린이 위탁가정 보육, 어린이 건강검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홀트를 거쳐가는 입양 아동들은 해외 입양보다 국내 입양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65년전 해리 홀트의 뜻을 이어 아동 복지에 헌신해 온 활동가 중에는 홍우정 본부장이 있다. 홍 본부장은 홀트아동복지회 신입 활동가로 커리어를 시작, 최근에는 나눔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20년 이상을 복지회에서 일하면서 청춘을 바쳤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12년 동안 근무를 하며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으며, 작년 1월부터 나눔사업부를 맡고 있다. 
 
그녀가 문자 그대로 ‘청춘을 바쳐’ 아동 복지 사업에 투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가정은 어떤 의미인가. 우먼스플라워는 19일 서울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본부에서 홍 본부장을 만나 물었다. 이하는 일문일답. (괄호 안은 편집자 주.)
 
Q. 본부장님은 홀트아동복지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때 TV에서 해리 홀트씨가 아이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때부터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죠. 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살던 동네에 홀트아동복지회의 사업소가 생겼어요. 그래서 홀트아동복지회를 첫 직장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다니고 있죠.”
 
Q. 지금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나눔사업부를 담당하고 있어요. 복지회가 주관하는 사업에 동참하고 후원하기를 원하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하는 분들을 후원자로 유치하는 역할이죠.”
 
Q.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서는 입양이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미혼한부모 주거지원, 아동청소년 주거지원, 학대피해아동 보호, 가정위탁아동 보호 등의 사업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의 후원금은 어떤 일에 쓰나요.
 
“후원자들이 기부한 돈은 미혼한부모 돕기, 어린이 위탁가정 보육, 어린이 건강검진, 국내외 입양인과의 교류, 학대 피해아동 보호 등에 사용합니다. 복지회에서는 사업을 할 때 해리 홀트씨의 정신(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것에서 모든 사업이 시작하는 것이죠. 
 
또한 원래 가정을 최대한 지지해 주되, 미혼한부모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의 어린이들을 위해 입양 가족을 찾아주고, 위탁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정책적으로 국내 아이는 우리가 키우자는 움직임이 있어, 해외 입양보다는 국내 입양 되는 어린이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해외로 입양을 간 사람들은 복지회와 지속적인 교류도 많이 합니다. 국내 입양을 간 사람들은 만나기가 쉽지는 않아요. 
  
미혼한부모의 경우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고 출산 후 일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거주할 곳이 필요하고 자립 지원이 필요합니다. 출산 이후 도움을 받고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이들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복지회는 학대 피해아동을 보호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해 쉼터에서 학대 피해아동을 보호합니다.”
  
Q.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요. 
 
“현재 맡고 있는 나눔사업과 관련해서는, 30명의 어린이를 후원하는 후원자가 있습니다. 어느날 그 후원자로부터 초대를 받아 만난 적이 있는데요. 후원자의 아들도 본받아 첫 월급을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부모의 뜻을 자녀도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근무할 때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 한 분이 기억에 남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던 분이었어요. 센터에서 한글을 배우도록 지원하고, 한국 검정고시로 초등과 중등 과정을 마친 뒤 대학을 졸업해 사회복지사가 되셨죠.”
 
Q. 직업상 어린이들도 많이 만나셨죠. 

 

“맞아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소두증을 앓고 있던 여자 아이였어요. 지금이야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보호하는 모든 어린이는 위탁가정에서 돌보지만, 예전에는 임시보호시설에서 돌보기도 했어요. 그 친구는 양부모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됐어요. 나중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사정상 만나지는 못했고, 통화로 안부를 주고 받은 적이 있어요. 반가운 목소리였고, 제 딸 같았어요. 지금은 서른 살 쯤 됐겠네요.”
 
Q. 코로나19로 인해 후원자가 줄어드는 등의 어려움은 없나요.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후원을 중단한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신규 후원자와 기존 후원자들의 많은 성원 덕분에 코로나19 위기를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어린이를 위한 ‘특별 위기 가족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힘든 상황인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후원자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Q.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취약 계층 어린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취약계층 어린이만 코로나19의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아이들이 위기 상황이죠. 초등학생들만 보세요. 아이가 학교를 가지 못하니 부모가 무급 가족돌봄휴가를 쓰는 집이 적지 않습니다. 도우미나 조부모 등이 아이를 보더라도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부모가 경제활동을 하는 사이 집에 혼자 남아 있는 어린이들도 있죠. 긴 시간을 홀로, 밥 먹는 것부터 학습까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이것들은 어린이들에게 위기로 다가옵니다. 
 
미혼한부모 여성에게도 코로나19는 큰 위기입니다. 미혼한부모 여성의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한 일자리가 유지되더라도 보육 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 다시 경제적 위기가 다가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아동학대로 이어지기도 하죠.”

 

Q. 여성 리더인 점은 아동복지분야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성별에 따라 여성, 남성 리더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에 이런 말이 남아 있다고 봐요. 리더십 측면에서 여성들은 공감, 경청, 협업, 안전, 연대 등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강점이죠.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상황에도 더 잘 공감할 수 있어요. 또한 여성들은 안전에 민감하고, 이 때문에 어려운 사람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죠. 이런 점이 아동복지 분야에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역시 타인과 함께 연대하면서 살아간다면,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아동복지 전문가 이전에 엄마로서의 삶도 궁금합니다. 
 
“지금은 고맙게 잘 커줬지만, 저도 두 딸의 엄마입니다. 딸 아이가 5~6세일 때는 저도 정말 힘들었어요. (육아휴직 제도가 완비되기 이전이라) 출산휴가만 2개월, 3개월씩 썼을 뿐입니다. 친정 어머니의 도움 덕분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죠. 육아는 힘든 일입니다. 이 때문에 위탁 가정을 선정할 때 자신의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의 나이가 된 사람만 가능하죠.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아이에게 정말 손이 많이 가거든요.”
 
Q.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도 강조하셨는데요. 
 
“매우 중요합니다. 보육원 등 시설에서 자라는 청소년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가 돼 자립해야 합니다. 이 때 시설에서는 정부 퇴소 지원금 500만원을 줘요. 그러면 이 돈을 어디다 먼저 쓰는지 아세요? 고급 스마트폰을 사는데 덜컥 써버립니다. 아무도 이 아이들에게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면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죠. 사소한 것 하나하나부터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복지회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파랑새, 꿈을 향한 날갯짓'을 운영합니다. 삼촌, 언니처럼,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업이죠.” 
 
우먼스플라워는 10만원을 홀트아동복지회 후원금 계좌로 기부했다. 숭고한 아동보호에 대한 가치를 지지하는 의미를 작은 후원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는 후원금을 낼 때 후원자가 집중해서 쓰이는 분야를 지정할 수도 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ㆍ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