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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모차 밀고 지하철? 서울보다 두 배는 불편한 뉴욕

[아기와 해외여행-7] 뉴욕 지하철 고군분투기 

 

엄마들은 입모아 말한다. “맨해튼 여행이요? 미혼 때나 설레는 거죠. 막상 유모차 밀고 가면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나 역시 출발 전 공포를 한 가득 안고 갔다. 이제는 제법 잘 걷는 아이가 왜 출발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걷기 싫다’고 했을까. 키즈카페에서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한이 있어도 유독 길에서는 걷기 싫다면서 유모차를 찾았던 아이였다. 그것도 생일이 빠르다며 자신은 ‘5세 형님반에 속해야 한다’고 말하던 녀석이 말이다. 
 
어쨌든 출발 전에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제발 걸어다녀야 한다. 걷지 않으면 미국 못 간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태운 채로 유모차를 내가 들어야 할 상황이다. 아니 실제로 들지도 못한다. 0~3세 때는 이따금 동남아 여행이라도 가면 남편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그대로 들고 위험천만한 에스컬레이터 탑승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20㎏을 넘어버린 아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다행히 아이는 흔쾌히 “이제는 형님이 됐으니 걸어다니겠다”고 약속해줬다. 
 


동네 맘카페에서 중고거래를 통해 1만원에 초경량 중고 유모차 하나를 샀다. 아기 엄마들은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예비 엄마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유모차의 크기는 크게 네 단계가 있다. 하나는 거대한 형태의 디럭스형이다. 흔히 말하는 스토케 유모차 디럭스형을 생각하면 된다. 10㎏이 훌쩍 넘는다. 기자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는 안 들어간다. 대신 안전장치가 잘 돼 있다. 유모차가 넘어지더라도 아이를 최대한 보호해 준다. 주로 영아 단계에서 많이 쓴다. 
 
그 다음은 절충형이다. 디럭스형보다는 약간 작지만 여전히 크다. 10㎏ 미만의 무게다. 2세 정도까지 쓴다. 다음은 경량형이다. 경량형은 기존의 디럭스나 절충형에 비해서는 엄청 가볍다. 2~3㎏ 정도 한다. 내 경우에는 2세 때부터 4세 초반까지 사용했다. 급할 때 한 손에 들고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보다 더 가벼운 것이 바로 초경량형이다. 1㎏ 내외의 가벼운 유모차다. 사실 유모차가 필요 없는 ‘큰 아기’들을 위한 유모차다. 초경량형 유모차에는 안전벨트가 있지만, 이를 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걷기 싫다면서 투정을 부릴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내에 반입해 짐칸에 넣을 수 있는 유모차는 초경량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량형만 하더라도 접이식이 아닌 경우에는 짐칸에 넣을 수 없다. 
 
다시 지하철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이번 여행 동안 초경량형 유모차 덕을 제대로 봤다. 이제 4세가 된 아이는 천방지축이었다. 걷기 싫으면 유모차에 앉고, 또 벌떡 일어나 뛰어 다니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 때마다 유모차를 접었다 폈다(10초 만에) 하면서 아이를 보호(라고 하고 통제라고 읽는다)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10초 내에 팍 튀어나오는 아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미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마카오에서 10초만에 어딘가로 사라진 아이를 찾느라 눈물을 쏙 뺀 적도 있다.)
 
뉴욕 지하철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거의 없다. 물론 전동휠체어를 타고 탑승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어딘가에는 장애인용 리프트가 있는 것 같지만, 쉽게 찾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개찰구도 장애인이 들어가기 불편하다. 유모차를 미는 아기 엄마는 보행 여건이 휠체어와 거의 비슷하다. 아기가 좀 큰 덕분에 계단이 많은 곳에서는 유모차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걸었다. 남편은 주로 짐을 들고 온다는 이유로 뒤에서 서서히 따라왔다. 

 


 
또한 뉴욕 지하철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한 곳의 플랫폼에 여러 노선의 지하철이 같이 지나간다는 점이다. 눈을 크게 뜨고 몇호선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낭패를 막을 수 있다.
 
서울에 돌아와서는 지하철 이용이 너무나도 편리하다. 길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지하철역에서는 유모차를 밀면서 한 번에 도어-투-도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개선이 시급한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예외다. 
 
글·사진 뉴욕=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