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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스 보이스]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 변화는 지금부터다

 
11월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이 기념일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에 숨진 사건을 기념하며 지난 1981년부터 시작됐다. 1991년부터는 세계 여성운동가들이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세계인권선언일)까지를 여성폭력주간으로 선포했다. 이것이 1999년 유엔 총회에서 인정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로 신음하고 있다. 이른바 ‘페미사이드’라 불리는 여성살해 범죄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된 여성이 110여명에 달한다. 작년에는 121명이 희생됐다. 
 
멕시코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해 범죄가 쏟아진다. 하루에 10명 꼴로 여성이 살해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1142명이 사망했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앞두고 여성들이 아스팔트 위로 맨발 행진을 진행했다. 얼마 전 희생된 브리세이다 카레노를 추모하는 한편, 여성에 대한 범죄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국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그동안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와 피해는 어떤 처벌과 손해배상 등으로도 갚을 길이 없다. 게다가 모바일 상의 여성 혐오, 여성 비하 등의 부적절한 표현의 방종 역시 나아질 길이 없다. 미투 운동이 힘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사회 분위기가 바뀌려면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정부에서도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룬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인 남녀 스스로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나온지 한 달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의 인식 수준은 ‘별점 테러’에 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우리 스스로의 성인지 의식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까지는 여성 스스로가 독립적인 주체인지, 또 내 마음대로 거리를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대한 일반인 여성으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