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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세 아이와의 뉴욕 여행, 출발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아기와 해외여행-4] 출발 전 챙겨야 할 것들


 
뉴욕. 사실 결혼 전에는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별명이 ‘동남아순이’일 정도로 동남아 여행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미국에 가볼 일이 딱히 없었다. 결혼 후 남편과 괌이나 사이판, 하와이 정도를 가봤을 뿐이다. 게다가 결혼 후 바로 임신을 하는 바람에 멀리 나올 일도 없었다. 돌도 안 된 아이와 어디를 가겠나. 
 
하지만 아이가 만 네 돌이 지나고, 드디어 미국 본토에 한 번은 갈 기회가 왔다. 남편이 모처럼 긴 휴가를 받아와 아이와 셋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준비해야 할 것들의 목록이 뇌리를 스쳐갔다. (스포일러 같지만, 들어올 때는 수하물만 6개였다. 빨래와 아이 축구공, 커피포트 등을 싸 들고 간 탓이다. 어떻게 집으로 들고 돌아왔는지는 추후 밝히겠다.)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항공편과 숙소는 남편에게 일임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에 맨해튼 내부에 있는 숙소였다. 이전에 친구의 전언에 따르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맨해튼 외부에 숙소를 잡았다가 아기는 잠들고 택시는 승차를 거부해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버까지 잡히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아기가 깰 때까지 스타벅스 등에서 버텨야 할 판이다. (실제로 여행 중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들어서 커피숍을 전전한 적도 많았다.) 
 
3주 전. 우선은 옷을 싸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린 것 같다. 날이 생각보다 쌀쌀하다는 겁을 먹고 반팔에서 점퍼까지 꽁꽁 싸서 챙긴 탓이다. 남편이 옷을 거의 챙기지 않았지만 (덕분에 코인세탁소를 이틀에 한 번은 간 것 같다) 아이와 내 옷만 하더라도 트렁크 두 개 분량은 됐다. 트렁크 하나는 아이의 놀이도구와 각종 잡동사니였다. 찾아보니 남편이 예약한 호텔은 그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커피포트가 없었다. 
 


여행용 가방 하나에는 아이 용품을 가득 채웠다. 사실 어딜 가더라도 짜장밥을 찾는 아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제주도만 2박 하더라도 캐리어가 두 개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일이나 육류(햄) 등은 금물이다. 돼지열병 우려도 있고, 과일 등 식물의 경우에는 절대 반입 금지 항목이다. 이 때문에 공항까지 가서 먹을 정도의 음식만 챙기고, 나머지는 비싸더라도 공항 면세구역 편의점 등에서 구입했다. 

 

수하물만 4개, 간이 유모차(1kg 짜리 초경량형으로 맘카페에서 중고를 1만원에 구입했다)까지 5개다. 그런데 어떻게 출발했느냐고? 택시에 가득 짐을 넣고 우리 가족은 짐에 끼여 타다시피 해서 간신히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짐을 싣는데만 1분이 넘게 걸린 것 같았다. 그리고는 잠든 채 인천공항으로 왔다. 

 

공항 면세구역에서 아이의 피지오겔과 내 립스틱 등 면세품도 수령했다. 가격으로는 17만 원 남짓 한데 작고 저렴한 것을 잔뜩 사다 보니, 개수가 많아 그마저도 부피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비닐(뽁뽁이)을 뜯었다가 괜히 문제가 될까 봐 낑낑대고 들었다.
  

도착한 뉴욕 케네디 공항이라고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 100 달러 남짓한 돈을 주고 우버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때마침 국내 여행사에서 프로모션하는 공항 셔틀 티켓이 있어 3명이 4만 원 주고 샀다. 세 가족 중 우리가 마지막으로 내렸다. 객실에 도착하니 새벽 1시. 그렇게 내 뉴욕 여행, 아니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뉴욕=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