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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 앞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고 느낄 때 이 길 걷기로 했죠”

패션디자이너 꿈꾸는 김경현씨.."포기 못할 꿈은 하루 빨리 시작했으면"

 

패션 디자이너를 준비 중인 김경현씨(23)가 처음부터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던 건 아니다. 디자이너의 꿈을 잠시 접고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상디자인에 대한 꿈이 커져 일단은 재봉틀부터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몇 시간을 서서 재봉을 할 때 그녀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말을 처음 실감했다. 시계를 볼 때마다 시간은 네 시간씩 흘러갔고, 몸은 피곤해도 결과물을 볼 때마다 행복해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전히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당연하죠”라는 그는 “좋아하는 일은 나중에 포기하더라도 우선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처음 배운 재봉틀에 ‘시간 가는 줄 몰라’

 

-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기 전에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고등학생 때 의상디자인을 지원하고 싶었지만, 중학교 때까지만 미술을 배우고 학교 공부에 전념한 상태라 실기 전형이 있는 의상디자인 학과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다른 학과로 입학해 전과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무모하게 경쟁률이 높은 비실기 전형으로 의상디자인과만 지원했다가 결국 재수를 했다. 두 번째 입시에선 어떻게든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어릴 때 꿈이었던 외교관을 생각해 정치외교학과로 들어갔다.”

 

- 입학과 동시에 의상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꿀 수도 있었을텐데.

“재수를 하고 나서 한동안 겁이 많았다. 지금 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오랫동안 준비했던 입시가 마음처럼 안되고 나니 원래 성격과 다르게 새롭게 도전하는 데에 많이 주저하게 되더라. 특히 디자인 분야는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해온 사람들이 많아선지 이미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패션에 대한 애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아 방황했다. 그때 그냥 했으면 좋았을텐데, 쉽게 되지 않았다.”

 

- 결국 진로를 바꾼 계기가 있다면?

“2학년 1학기 때 중간고사를 앞두고 등록휴학을 하고 재봉틀을 배우러 갔다. 일단은 재봉틀을 한번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배우고 보니 이걸 왜 진작 안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걸 처음 느꼈다. 전에 앉아서 공부할 때는 항상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나’ 생각했는데, 서서 재봉틀을 하는 데 시계를 볼 때마다 네 시간씩 지나가 있었다. 몸이 피곤할 수는 있어도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 의상디자인과도 대학마다 특성이 다른가?

“학교마다 중점을 두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 어느 학교는 소재에 집중하고, 어느 학교는 디자인과 의복 구성에 더 중점을 두는 식이다. 혹시 진학을 생각한다면 학과가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두는지도 같이 알아보면 좋다.”

 

 

◇ “포기 못 할 꿈, 빨리 시작했으면”

 

- 패션이 왜 좋은지 궁금하다.

“무난한 옷을 입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어릴 때부터 내 눈에 예뻐보이는 걸 입고 싶었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 분야도 관심을 가졌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직접 만들고 그 결과물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더 뿌듯하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엔 ‘아메카지(일본식 아메리칸 캐주얼 룩)’와 ‘올블랙 레이어드’ 스타일을 좋아한다. 아메카지는 바디 실루엣을 부각하지 않는 편이고, 반대로 올블랙 레이어드는 입는 방식에 따라 실루엣을 도드라지게 하는 편인데 양쪽 다 각자의 매력이 있다.”

 

-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지금은 사카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을 조합해 옷을 만드는데 촌스러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볼 때마다 연륜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인 치토세 아베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만 만든다’고 하던데, 내가 패션에 관심을 가진 계기와 비슷해 그 점도 마음에 든다.”

 

-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예술 계통은 다 비슷한 고민일 텐데, 정량적인 평가 기준이 없다. 흔히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는 디자이너도 브랜드를 옮기면서 안 좋은 평을 받기도 하는 걸 보면 가끔 막막할 때도 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요즘 ‘더 빨리 시작할걸’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차피 포기 못 할 꿈이라면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뜻이다. 주저하던 때에는 그 정도 용기를 내는 게 최선이었겠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내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현재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한편으론 늦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더 빨리 성장하고 싶으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기본을 놓치는 실수는 안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탄탄한 기본을 바탕으로 옷을 예쁘게 잘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

 

우먼스플라워 주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