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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가 나올 때 희열에, 이 직업 잘 골랐다 싶었죠"

호텔 전문지 ‘호텔앤레스토랑’ 기자 정수진씨
"일 많아 휴가 제대로 못 쓰는 때도 많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를 꿈꿨어요. 지금도 비틀즈를 좋아하는데, 마지막 앨범의 ‘The end’라는 곡을 특히 좋아했어요. 여섯 줄 뿐인 가사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걸 보면서, 저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호텔앤레스토랑의 정수진(28)씨의 직업은 기자다. 기자를 꿈꾸기 시작한 건 비틀즈 앨범의 마지막 앨범 때문이었다. 월간지 기자로서 마감 기간을 보내는 게 쉽진 않지만, 만족스러운 기사가 활자로 나왔을 땐 어느 때보다 보람이 크다고 한다.

 

 

◇ 꿈의 시작, 비틀즈의 마지막

 

- 하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달라.

“호텔 전문지 ‘호텔앤레스토랑’에 작년 6월 입사했다. 월간지 기자다보니 월 초에 기획회의를 하고 중순과 말에 취재와 마감을 한다. 주로 호텔업계 이슈를 다룬다, 호텔 경영사 자격증 폐지 같은 제도나 빅데이터·보안 등 기술, 유명인사의 소식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 전엔 어떤 일을 했나?

“대학교에서 소비자정보학과와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교지편집부 활동을 했다. 이와 비슷하게 언론 관련 대외활동도 많이 했다. 다양한 텍스트를 접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졸업한 뒤에 패션잡지에 어시스턴트로 들어갔다.”

 

- 예전부터 글쓰는 일이 꿈이었나?

“막연하게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를 꿈꿨다. 글쓰는 일에 대한 환상이 그때부터 막연히 생겼다. 소설도 좋아하지만, 밴드 음악 등 노래 가사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은 편이다. 고등학교 때도 가사를 보면서 ‘저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 유독 와닿았던 가사가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비틀즈를 많이 좋아한다. 사춘기 떈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에 있는 ‘The end’ 라는 곡을 좋아했다. 이별이나 죽음을 맞이할 때 우리는 그동안 베푼 만큼의 사랑을 가져갈 거라는 내용의 곡이다. 청각적인 재미도 크지만, 고작 여섯 줄 뿐인 가사로 삶의 태도를 고민하게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게 매력적이었다.”

 

◇호텔전문지 선택한 이유 “기자는 끝없이 배워가는 일”

 

- 음악쪽으로 진로를 정할 생각은 안했나?

“음악적인 재능이 있었다면 그런 쪽으로 갔겠지만 사실 그런 재능은 없었다. 대신 글을 쓰는 거라면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안에서 시 같은 걸 써서 칭찬을 때면 시험에서 100점을 받을 때보다 좋았고. 사람들이 글을 잘 썼다고 칭찬할 때 희열이 컸다. 작가의 재능은 딱히 없어 보였고, 현실적으로 기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구인 정보 등은 어떻게 얻었나?

“취업 포털을 많이 사용했다. ‘잡코리아’나 ‘사람인’을 주로 봤다. 네이버 카페 ‘에디터스쿨’도 종종 들어갔다.”

 

- 현 직장을 택한 계기는?

“기자로서 호텔 분야에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호텔 안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텔엔 많은 요소가 들어있다. 기본적인 의식주, 공연·여가, 공간 디자인 같은 미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 전부터 호텔에 관심이 많았나?

“사실 입사 전에 좋아했던 분야는 호텔과 거리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끝없이 배워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선지 아쉬움이나 불만족스러운 건 전혀 없다. 지금은 배워갈 게 많다고 생각해 오히려 만족스럽다. 그리고 동떨어져보이는 분야들도 결국엔 연결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선 지금 일하면서 배워갈 수 있다는 게 좋다.”

 

 

◇ 도전하기 전에 현업 경험해봤으면

 

- 기억에 남는 업무가 있다면?

“호텔 대실 서비스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다. 소비자 인식 조사 등 니즈 파악을 한 뒤 업계 종사자를 인터뷰해야 했는데, 호스피탈리티 산업 자체가 럭셔리 산업이다보니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그만큼 대실 서비스 전례가 적었고 인터뷰에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서비스를 조사하고 업계와 소비자 반응을 들어볼 수 있어 뿌듯했다.”

 

- 업무의 어려움이 있다면?

“사실 특정 회사보다는 업계 전반의 문제인데 단순하게는 대부분의 기자들처럼 마감과 발제의 압박이 있고, 월간지 기자다보니 휴가를 길게 쓰기 힘들다. 일반 사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처럼 여행을 다니는 건 어렵다. 그리고 업무량에 비해 복지 등이 만족스럽지 않다. 육아휴직 같은 제도가 잘 정비돼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일이 많아 휴가를 못 쓰는 경우다. 그래선지 결혼을 안 하신 편집장들도 많이 봤다.”

 

- 그래도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는?

“신기하게도 마감이 끝나고 한 권의 잡지가 나왔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크다. 내가 발제한 기사와 아이디어들이 물리적인 잡지와 활자로 만들어졌을 때만 맛볼 수 있는 성취감이 있다. 그래서 매달 책이 나올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좋은 기사를 썼을 때 즐겁다. 무엇보다 내가 만족할만한 기사가 나왔을 때 가장 뿌듯하다.”

 

- 해당 업계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유가 있을 때 어시스턴트같은 일을 한번쯤 해보고 실무를 해보는 게 좋다. 뭔가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대상의 본모습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건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사실 취업을 준비할 때 주위에 잡지 기자가 없어서 막막했다. 잡지 기자 취업과 관련된 카페가 모든 정보의 창이었고. 사실 내 앞에 넘기 어렵고 힘든 문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고자 하면 넘을 수 있는 높이의 문턱이라고 생각한다.”

 

우먼스플라워 주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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