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피플

"정답 없는 날 것의 움직임" 무용하는 크로스핏 선수 이지윤씨

한예종 출신 현대 무용 전문가로
스파이더얼티밋챌린지 3위 등 두각
리복 룩북 크로스핏 모델도 맡아

 

 

무용과 크로스핏. 어색해 보이지만 또 절묘한 조합 같아 보이기도 한다. 리복 룩북에도 나왔던 이지윤(27)씨. 그의 직업은 무용가 겸 크로스핏 선수다. 정답이 없는 ‘날것의 움직임’을 추구하고 싶어 시작한 커리어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제부터 무용가를 꿈꿨나.

"이렇다 할 순간이 있다기보가 자연스럽게, 그냥 어쩌다 보니인듯 하다. 어려서부터 물가에 풀어논 개구리마냥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인도춤부터 댄스스포츠까지 움직이고 표현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 동네에 무용학원이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했다. 무용학원이 열시에 문을 열때 나도 같이 출근했달까. 개설된 수업을 아침부터 밤까지 다 들으며 하루종일 무용만 했다. 똑같은 수업도 할때마다 새롭고 행복했다. 그러다 초6때 첫 대회를 나가게 되었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예고-한예종이라는 ‘정석’ 코스를 거쳤다. 타고난 무용가 같다.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운이 좋았다. 사실 움직이는 그 자체가 좋았는데 입시를 위해, 상을 받기 위해 연습하는 것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춘기 들어서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 이유다. 거울에 나타낸 내 모습을 보는게 즐거워 시작한 무용인데 심사위원들의 눈높이에, 실기 성적과 등수로 평가되니 답답했다. 대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대회에서는 내가 1등일 수 있지만, 어느 대회에서는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할 수 있다. 입시를 위해 상을 받아야한다는 압박, 과정보다 항상 결과로 인식되것 같아 반감이 있었던 것 같다. 정답이 없는 ‘날것의 움직임’을 추구하게 된 계기다. "

 

- 대한민국 입시 현실은 무용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것 같은데.

"학생 그 자체보다 성적과 대회수상경력으로 프레임을 씌운다는 느낌이 있었다. 겁도 나고 간절했던 것 같다.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서 학원을 다니고 다시 대구로 내려와 학교를 다니곤했다. 입시를 위해서는 1분1초도 가만히 있으면 낙오될 듯 했다. 연습으로 지쳐서 몸을 못 움직이면 사우나가서 땀을 빼기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내 몸을 혹사시킨들 쉬는 시간이 없도록 했다. 한예종 입시 때 마음이 단단해져서 무서울 것이 없었다. 학원 선생님이 나만의 독창성과 진심을 알아주시는 듯해 버틸수 있었다. 멘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지금 강사가 된 계기이기도 하다. "

  

 

◇'날것의 움직임'을 추구하며 만난 크로스핏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한예종 시절 다양한 수업을 가리지 않고 들었다. 대학에 와서는 입시에서 요구하는 몸의 움직임보다 움직임 그 자체, 나만의 표현에 중심을 뒀다. 그래서 입시 만을 위한 과외 문의는 대학때부터 지양하는 편이다. 최대한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 주려고, 먼저 몸동작을 가르치기보다 그 사람을 먼저 알아가려고 한다. 입시에서 요구하는 몸의 움직임보다 나만의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항상 열려있으려 한다. 답을 내리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배우려 한다. 움직임에 정답은 없다. "

 

-크로스핏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여성스러운 몸에 타고난 강한 힘을 좋게 봐줬다. 4학년때 공강 시간이 많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방전되는 스타일이라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이후 푹 빠져 학교 수업도 빠지면서 들었다. 매 수업마다 잘 안되는 동작이 있으면 될때 까지 따라했다. 그러다 크로스핏 오픈즈 대회에서 우리 팀이 한국 10위안에 들게 되어 아시아 대회까지 나가게 되었다. 시작한지 두달만이다. 또 코치만 나갈수 있는 대회만 나가게 되었고 대회장에 있었던 사진작가의 제안으로 우연한 기회에 리복 룩북까지 촬영하게 되었다. "

 

-무용과 크로스핏이라는 조합이 매우 신선하다. 예상치 못한 투잡이다. 

"‘투잡’이라는 관점에서 크로스핏과 무용을 같이 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크로스핏 팀에 소속된 코치로써 무용은 프리랜서로 하면 된다.  하지만 크로스핏과 무용이 ‘움직임’ 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같고 상호 보완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무용에 크로스핏을 더하면서 체력도 보다 건강해졌다. 극단적인 식단으로 3주까지 아무것도 안먹고 쓰러진 적도 있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하면서는 작은 염증 하나도 무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됐다. 식단을 해야 운동의 능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

 

 

◇무용과 크로스핏, 크로스핏과 무용, 그리고 인생

 

-두 가지를 비교한다면? 

"아까도 말했듯이 본질적으로는 같다. 크로스핏과 무용 둘다 궁극적인 목적은 일도, 돈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것과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 시간에는 이런 사람들과 이러한 움직임을 함께하며,  저 시간에는 또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호흡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알아가고, ‘호기심’과 ‘잠재력’을 끌어올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인터뷰를 하는 과정도 영감을 주는 시간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꼭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 대화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용과 크로스핏으로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용은 신체의 언어이기에 더 그렇다. 똑같은 바람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살랑이는 표현을 한다면 어떤 사람은 태풍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유로운 사람인지, 마음이 바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크로스핏은 대회에서 끝까지 해내는 근성으로 그 사람의 끈기와 집념을 알수 있다. 또 짧고 강한 스타일인지, 천천히 오래 무언가를 해내는 스타일인지도 알수 있다. 살을 빼려고 수업을 듣기보다 표현과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발견의 재미를 느낄수 있다. 운동을 더 오래 하게 되니 살은 당연히 빠지게 된다. 이렇게 일상에 운동이 자리잡기만 하면 매일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또, 바쁜 생활 속에서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다. "

 

-앞으로의 꿈은 ?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코치가 되고싶다.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줄때가 가장 행복하다. 여자코치로써 좋은 점은 가냘픈 몸으로 무거운 무게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운동하러 오는 회원들 중에서는 내 외모를 보고 코치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크로스핏 입문자들은 할수 있을까 겁을 내다가도, 시범을 보이면  놀라고, 자신도 ‘할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진다. 최근 현대 무용공연을 하러 해외에 다녀오기도 했다. 무엇을 하게 되든든 지금처럼 호기심과 흥미가 끊이지 않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다. 그런 면에서 무용과 크로스핏이 아닌 다른 것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맨날 하던 것, 매일 보는 소중한 사람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여유와 혜안을 가지고 싶다."

 

우먼스플라워 장채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