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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전도사’ 유승희, 코로나 시대에 포용사회 화두 던지다

[당신이 희망입니다②] 유승희 17ㆍ19ㆍ20대 국회의원 인터뷰
기본소득제 등 포용성장 주장해온 사회운동가 출신 정치인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큰 힘을 낼 수 있는 건 ‘우먼파워’”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월급’이라는 뜻으로 압축되는 기본소득은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꼽힌다. 선별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포용사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이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경제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실시한 재난지원금이 이런 기본소득제의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17ㆍ19ㆍ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승희 전 의원은 기본소득제 등 포용사회로 향한 사회적 움직임을 이끌어 온 사람 중 하나다. 유 전 의원은 “잘 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 사는 시대로 가야 한다”고 저서 등을 통해 꾸준히 강조해왔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자마자 그가 이사장을 맡은 연구소 이름도 ‘포용사회연구소’다. 지난달 27일 포용사회연구소 창립포럼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는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옥주 환경노동위원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등이 함께 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 여성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 해답을 물어보기 위해 우먼스플라워는 4일 유 전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유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Q.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어렵습니다.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전대미문의 사태로 모든 인류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코로나19 상황을 슬기롭게 잘 대처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재난지원금이라는 기본소득 제도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제도이기도 합니다.”
 
Q. 20대 국회에서 활동하시면서 포용사회론자, 기본소득 전도사 등으로 불리셨는데요. 지금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정부의 역할은 이 국난을 극복하는 지도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앞으로의 지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국가를) 업그레이드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정치적인 리더십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으로 미래의 경제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재정적 역량을 통해 기본소득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가도록 만드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을 한 번에 모두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창립한 포용사회연구소에서 이에 대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죠.”

 


 
Q. 포용사회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포용사회를 향한 그동안 제 의정활동, 사회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있는 곳이지요. 국회의원으로서 겪은 경험과 얻은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만든 곳입니다. 단순히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플랫폼이죠. 당장의 프로젝트 실현보다는 자발적인 회원들의 뜻과 의지를 모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모든 사안이 그렇듯, 코로나19가 가져온 환경적 영향 역시 양면적인 면이 있지요. 우선 기자가 이야기한대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코로나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미세먼지는 어떨까요. 중국에서 많이 오는 미세먼지가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로 수억년 동안 얼어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문제 등에 관한 정책을 만들 때는 풍선효과와 반대급부 등을 면밀하게 살핀 뒤 법안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많은 이해당사자들과의 토론,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Q. 코로나19 시대로 인해 디지털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도 늘었습니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온오프라인을 넘어,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가 그 본질이죠. 옛날 ‘몰래카메라’를 시작으로, 오늘날 n번방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에는 추악한 욕망과 돈벌이의 논리가 있습니다. 인간의 범죄 유형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문제가 포함된 것이죠. 단순히 기술의 정밀함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힘을 총동원해 근본적으로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Q.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인 기회의 불평등을 극복했던 순간들이 하나 하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공천할당제를 당 위원회에서 관철시키는 순간이 그랬지요. 저는 당에서 여성 공천 30%, 선출직 전국대의원 중 여성 50% 등을 당헌에 반영하도록 이끌어냈습니다. 오늘날에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여성이 절반 포함되는데 이것 역시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또한 (성인 대상 성범죄에서) 친고죄를 폐지하던 것 같은 일을 추진한 것 역시 보람찬 순간이죠. 그 외에도 약자, 청소년, 장애인을 위한 법이 본회의에서 통과할 때도 기억에 남습니다.”
 
Q. 이사장님은 성북구에서 두 차례 지역구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등 성북구가 정치적 고향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성북구는 이사장님에게 어떤 곳인지요.
 
“저는 성북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년 ‘366일’을 일해왔다고 생각해요. 새벽부터 나가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성북구의 취약한 부분과 숙제를 풀어나갔다고 봅니다. 또 주민들로부터 일 열심히 했다는 평을 받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길음동 서울미디어랩 유치 및 건립, 계성고 이전, (폐교 위기에 몰렸던 사립 특수학교인) 명수학교의 국공립 다원학교 재개교 과정 등이 제가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이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힘을 모아준 동료 의원님들과 관계자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성북구는 서울 중심부에서 가깝고 성북동 등 부촌이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서민이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주민들이 더욱 살기 좋은 동네로 발전하도록 편의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저희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날 인터뷰도 큰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거리를 뗀 채 이뤄졌다. 기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유 전 의원과 거리를 떼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생활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비말(침방울) 감염이 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나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감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존속을 위해 나의 삶을 쉬어가면서, 느린 템포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의 격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을 내왔던 ‘우먼 파워’의 저력이 있습니다. 더불어 사회와 가정을 보듬는 모성애를 가진 존재죠. 어려운 시기에 가장 먼저 고용의 위기를 겪고, 학령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위기를 겪습니다. 하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는 전선에 여성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이번 위기 역시 여성들의 지혜와 저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신뢰합니다.”
 


◇동네 커피숍에서 만든 수제 쿠키 선물=우먼스플라워는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든 수제 쿠키를 구매해 유승희 이사장과 포용성장연구소 관계자들을 위해 선물했다. 유 이사장이 19~20대 국회에서 지역구로 활약해온 성북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구매했다. 유 이사장 역시 동네 커피숍과 빵집을 자주 애용해 지역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 공감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ㆍ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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