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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터지는 경제이슈와 씨름…경제방송 앵커의 삶

서울경제TV 아나운서 박진영씨 인터뷰
광고기획자 꿈꾸다 재밌는 일 찾아 전직해


방송을 제작하는데 있어 아나운서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당장 TV를 켜면 시간대별 뉴스 프로그램에서 메인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예능, 심지어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 전문가 패널과는 달리, 언어의 전문가이자 교양과 품격 있는 방송을 만든다는 전문성이 그들의 차별성이다.
 
최근 들어서는 스포츠와 경제 등의 분야에서 더욱 세분화된 아나운서 직업군이 커졌다. 미국 CNBC, 블룸버그TV와 같이 증권과 경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방송들이 국내에도 활성화되면서 경제방송 아나운서, 증권전문 아나운서의 저변도 확대됐다.
 
박진영(33)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머니투데이방송(MTN), 팍스경제TV(구 아시아경제TV), 매일경제TV 등에서 주식과 해외 선물, 가상화폐 등을 다루는 방송을 진행해왔다. 지금은 서울경제TV에서 저녁방송을 맡고 있다. 경제방송 아나운서는 다른 직종보다도 더 많은 경제관련 지식과 방송 경력, 시황에 대한 감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나운서직 중에서도 특별한 분야로 꼽힌다. 
 
최근 박씨를 만나 경제방송 아나운서의 직업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아나운서가 된 이유는.

“세무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학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매진했다. 그런데 너무 적성에 안 맞았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짐을 다 싸서 나와버렸다. 그러고 보니 졸업학기였다. 광고에 관심이 있어 대기업 계열 광고기획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일도 재미있고 선배들도 좋은 사람이라서 그랬는지, 정직원 전환이 됐다. 그런데 쉽게 취업이 되어서인지, 자꾸 ‘딴 생각’이 들었다. 기획을 하고 또 서류 작업을 하는 사무직보다는 더 재미있는 직업이 있지 않겠나 싶었다. 그렇게 아나운서를 떠올리게 됐다.”

 

-왜 아나운서였나. 

"라디오 듣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 듣는 게 낙이었는데, 참 부러운 점이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사연소개하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될 수 있겠냐는 두려움도 있었다. 스물일곱에 시작했는데, 새로 직업을 준비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하지만 인생에 후회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문자 그대로 '발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다. 아침 10시에 나가서 저녁 7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또 연습했다. 2년 동안 학원과 스터디를 병행하고, 뉴스리딩, 카메라 모니터링을 했다. 준비하다가 너무 지쳐서 두어번 정도 뛰쳐나가기도 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중 잠시 큐레이터를 하기도 했지만,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못 버리고 되돌아왔다.

 

돈도 많이 들었다. 의상, 헤어, 메이크업, 만만치 않은 학원비 때문이다. 논술 첨삭과 강의 알바도 병행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건 공부처럼 노력이 바로 결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럴 수록 더 노력했다."

 

◇2년만에 첫 방송…함께 일하던 작가 소개로 새 프로그램

 

 

-첫 방송은 어디서 했나.

"한 인터넷 방송국에서 일했다. 경제를 주로 다루는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환경이 열악했는데, 당시에는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좋았다. 회사에서는 30분을 내게 배정하고, '알아서 방송하라'고 했다. 제목도, 대본도 내가 기획하고, 컴퓨터그래픽(CG)에 들어갈 이미지, 파워포인트, 심지어 자막까지 넣었다. 그러고 회당 3만원, 한 달에 60만원을 받았다. 당시 선배들은 내게 '방송환경이 열악한데 진영씨 열정과 노고만큼 돈을 많이 못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1년 정도 일했다."

 

-이후에는 어디에서 일했나. 

"함께 일하던 작가의 권유로 서울경제TV에 원서를 냈다. 면접을 봐서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증시 개장방송을 맡았고, 요즘에는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또한 회사에서 진행하는 교육사업에서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애환 있지만 발전 가능성도 큰 프리랜서 방송인의 삶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하루 일과는 어떤가. 

"정해진 것은 없다. 방송 외에, 기업강의, 행사, 스피치, 스타트업 피칭 강의 등을 한다. 일이 몰리는 날은 집에 가자마자 누워서 잠이 든 적도 많다. 지방 행사를 마치고 집에 가자마자 잠든 적도 있다. 지방 강의를 다녀오면 자정이 넘겨 귀가할 때도 있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보다는 주도적으로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수입이 불안정 하지 않나.

"그런 점이 있다. 프로그램이 개편되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방송 기회가 주어지면 일거리가 넘칠 수도 있다. 따라서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또한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방송을 하면서 동시에 행사와 강의, 유튜브 등으로 분야를 확대해 왔다. 이 일들이 다 별개가 아니고, 연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방송을 하면서 쌓은 인지도로 행사가 들어오게 되고, 강의를 하면서 숙련된 애드리브 능력이 방송에 도움이 되는 식이다. 강사 경력이 또 행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프리랜서는 불안정할 수도 있지만,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결혼하고도 방송인을 꿈꿀수 있나.

"물론이다. 지금도 방송에는 많은 주부 방송인들이 있다. 또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유튜브에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은 또 어떤가. 자신만의 컨텐츠만 있으면 누구든 지금 당장이라도 1인미디어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상파 같은 메이저 방송에도 진출할 수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인 박막례 할머니도 일흔이 넘었는데 스타가 됐다. 내 주변에도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됐지만, 파트타임이나 짧은 스팟성 출연으로 시작해 지금은 자신의 분야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방송인들이 꽤 있다. 프리랜서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복귀 가능성이 더 높다."

 

-후학 양성도 하고 있다고.

"나 역시 방송인 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선생이라기보다는 후배들을 다듬는 멘토이자 공부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같이 공부한 제자 여러 명이 경제방송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어떻게 가르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현실화 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수업 현장에서 만난 많은 예비 아나운서들은 원석같은 후배들이 많지만, 자신의 재능이나 특기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내 외모가 어떻고, 보이스가 어떻다는 식의 자책을 하지 말고, 내 장점과 특기를 살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실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또 연습한다."

 

우먼스플라워 장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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