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코로나19로 연대·협력 어려워져…하지만 해답은 여전히 ‘소통’”

[당신이 희망입니다①] 이유림 서울YWCA 회장 인터뷰
“멈춤의 시간, 우리 주변 돌아보는 계기를” 당부하기도
창립 100년 앞두고 사회적거리를 넘어 여전히 사회와 ‘소통 중’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는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는 아마도 올해의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경제도 완전히 언택트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관련 주가가 급등하고 호텔이나 여행·레저 등의 산업은 전무후무한 불경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여성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하는 여성들은 전례 없는 재택근무를 겪었다. 특히나 여성들이 계약직이나 파견직 등 취약한 구조에서 노동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피해의 영향 역시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여성들은 어떻게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에 우먼스플라워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여성들의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인 ‘당신이 희망입니다’를 연재한다.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여성상과 여성 리더십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우먼스플라워는 지난 9일 이유림 서울YWCA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 회장은 ‘멈춤’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Q.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떤 영향을 가져왔다고 보십니까.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ㆍ문화ㆍ교육ㆍ종교적으로 ‘멈춤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인해 멈춤이 다가와 생계의 문제가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 왔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됐죠. 목표·가치관·삶의 방향 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됐어요.”

 

Q.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여성들의 삶도 더 힘들어졌는데요. 여성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휴교나 재택근무 등으로 더 많은 돌봄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폭력 사례도 늘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또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돌봄 노동자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여성들의 피해도 예상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에도 여성의 비중이 높고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직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죠. 특히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득이나 노동 기회에 있어 많은 남녀 차별이 지속ㆍ강화ㆍ반복됐는데 코로나19는 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까 염려됩니다. 

 

서울YWCA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5주에 걸쳐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이슈를 ‘시스터 리포트’라는 이름의 카드뉴스로 발표하기도 했어요. 시스터리포트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사회상과 함께 각국 정부의 대응이나 시민·공동체의 의식, 관련된 여성 이슈 등을 소개했습니다. 

 

또 디지털 세계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디지털 성폭력 문제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취약한 입장에 있거나 폭력 등의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할 수 있는 제도가 사회적으로 마련이 돼야 할 것입니다.”

 

Q.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여성주의 담론이나 논의 주제가 있을까요.

 

“결국에는 여성주의라는 단어 조차 사라지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여성을 그냥 인간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한 여성주의는 여성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배제ㆍ혐오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조화롭게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죠. 제가 꿈꾸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또 남성이 여성을 지배했던 그간의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모두가 풍성한 삶을 누리면서 당신과 나 그리고 환경 모두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사회 발전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이유림 회장은 작년 초 서울YWCA 회장에 선출됐다. 국내 대표 여성단체의 리더로서 그는 어떤 리더십을 소신으로 갖고 있을까. 전문성ㆍ섬세함ㆍ배려ㆍ소통ㆍ통찰력 등의 키워드가 나왔다.

 

 

Q. 회장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리더는 누구입니까. 

 

“저는 1922년 서울YWCA를 이 땅에 세운 김활란, 김필례, 유각경 선생 세 분을 존경합니다. 그 당시 출신 학교와 교파가 다른 신여성 세 분이 소통과 연대로 협력해 이 땅의 여성 계몽에 힘쓰셨지요.”

 

Q. 그 세 분이 지금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했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까요. 오늘날 어떻게 계승하실 생각인지요. 

 

“세 분의 선배님들은 한국의 여권(女權) 신장을 위해 교육과 봉사를 하고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 등에 헌신하셨습니다. 오늘날 저희 후배들은 그분들의 정신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국내외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가 될 것이고 이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여성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요. 

 

“(미래의 여성 리더십의 덕목으로는) 전문성은 기본이고 여성들의 강점인 섬세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배려와 소통 능력을 살려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리더는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어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도록 장(場)을 마련해 주고, 하나의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또 분열과 분리가 문제가 되는 시대인 만큼 이런 소통의 능력이 리더의 덕목으로서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서울YWCA는 오는 2022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일제 강점기였던 100년 전 선배들이 외쳤던 여성운동의 방향은 오늘날의 서울YWCA 운동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변화가 가미될 것이다. 

 

Q. 내후년엔 서울YWCA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회장님께서는 그간의 역사를 어떻게 계승하실 것이고 새롭게 펼쳐 가실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서울YWCA 100년의 역사란 여성운동의 역사입니다. 기독교 여성운동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감사하고 의미 있는 일이죠. 서울YWCA는 하나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죠. 젊은 여성들이 하나님을 창조와 역사의 주인으로 믿고 인류는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자기 삶에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방향성에서) 정의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이어나가고 서울YWCA 본래의 목적성을 지키고 또 발전시켜 나가며 회원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독여성주의와 생태여성주의가 조금 더 강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회장님께서는 생태여성주의의 차원에서 ‘불편 운동’도 강조해 오셨지요. 
 
 “맞아요. 서울YWCA는 ‘즐거운 불편’을 환경캠페인의 방향성으로 정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줄이기와 같이 즐거우면서도 다소 불편한 실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진정한 삶의 진보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코로나19로 인해 회원 모집이나 후원 유치 같은 활동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이 있나요. 

 

“없다고 볼 수 없죠. 당장 회의나 행사 등 대면 활동에 제약이 있습니다. 서울YWCA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고 소통이 기본이 되는 활동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습니다.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서울YWCA 역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70~80대 어르신인 역대 이사진이나 명예이사진 선배님들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임원이나 활동가들의 소통인데요. 저희 역시 화상회의 등 다양한 방법의 소통 채널을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려울 수 있지만 노력을 통해 세대 간 여성들의 연결고리 역할에도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Q. 끝으로 코로나 위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여성 연대의 메시지와 조언을 전해 주십시오. 

 

“모르는 사람을 새롭게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연대와 협력이 어려운 세상이 됐다고도 하죠.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살 길은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와 협력입니다. 나의 건강과 안전은 우리 가족의 것이고 우리 공동체의 것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가 개인화되어 가면서도 서로 간에 배려하고 책임을 지는 하나의 ‘생명 공동체’가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배제와 혐오에서 벗어나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들이 이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미래 사회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도 그에 맞춰 진보해야 합니다. 그 진보는 환경에 반하는 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환경까지도 어우르는 진보가 돼야 할 것입니다.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을 통한 진정한 삶의 진보를 꿈꾸어 봅니다.” (서울YWCA는 ‘즐거운 불편운동’이라는 지구를 위한 불편 실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활동가들에게 떡 선물=우먼스플라워는 서울YWCA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위해 백설기와 초코설기를 선물했다. 그동안 여성 인권운동에 힘써왔으며 사회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고 정의를 위해 노력해온 활동가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별 것 아니지만 여성운동가들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일반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