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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피니언

[에디터레터] 호랑이 콩을 처음 만져보다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이와 밥을 먹고 근처 할머니 댁으로 갑니다. 마침 마루에서 호랑이 콩을 다듬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아이는 호기심을 보입니다.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로 놀이공원이나 야외 시설에 나갈 수 없어 참 답답했는데, 좋은 놀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덩궁강낭콩'인 호랑이 콩은 요즘 한창 출하되는 콩 품종입니다. 쌀밥에 넣어 함께 지어 먹으면 깊은 밤 맛이 나고, 기존 콩보다 알갱이도 훨씬 크고 길지요.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콩깍지를 비틀자 보랏빛 앙상블의 콩알이 주르륵 나옵니다. 아이는 신기해하며 경쟁이 붙은 듯 열심히 콩을 벗겨냅니다. 때로는 덜 익은 초록빛 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쁜 분홍빛 콩이 나오면 엄마에게 달려와 한 알 주고 가는 아들의 마음씨에 괜히 심쿵해 집니다.

 

할아버지는 영양분이 많고, 해콩을 잘 챙겨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곁들여 줍니다. 평소 콩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어떻게든 콩을 먹이려는 엄마의 급한 마음은 매번 타들어가지요. 자신이 수확한 콩에는 애정이 생겼는지 오늘은 먹어 보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잠시 소강상태지만 쏟아지는 장맛비를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정문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엄마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가끔 어릴 적 추억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평범한 오늘 하루가 살아가면서 언젠가 떠오르는 따뜻한 한 순간이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귀해진 요즘, 독자 여러분들도 의미있는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