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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레터] 적어도 우리 아이들만큼은 별 탈 없었으면 

아이의 봄방학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됐습니다. 본래는 종업식을 한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새 학기 개학도 늦춰졌습니다. 오롯이 적어도 2주 정도는 아이와 저의 시간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일을 하면서 놀아달라는 아이를 바라보면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두어 시간은 일을 잠시 중단하고 아이와 놀아주기도 했지만 부족했습니다. 오후 들어 일찌감치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인근 대형마트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중무장한 상태로 말이죠. 아이와 남편은 차 안에 마스크하고 대기시키고 저 혼자 다녀왔답니다. 하지만 마트 내부라고 녹록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라면 사재기가 이어지면서 한 사람 당 세 박스만 살 수 있다고 하고, 그 많던 평일 시식은 싹 사라졌더군요. 
 
진짜 한 10분만에 꼭 필요한 물건 너댓개를 집어들고 카트를 밀며 뛰다시피해서 주차장으로 돌아옵니다. 제 마음은 모르는 건지 아이와 남편은 놀아대기 바쁩니다. 그래도 저런 모습이 반갑습니다. 행여나 코로나19가 옮기라도 해서 걱정이 되는 것 보다는 낫겠지요. 
 
돌아온다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전에 사뒀던 마스크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있는 마스크는 죄다 매진이고, 엄두도 내지 못하던 장당 5000원짜리 마스크도 이제 물량이 사라지고 있나 봅니다. 있는 마스크를 다 쓰게 된다면 집에서 버티면서 일을 하고, 남편은 지하철 무료 마스크에 의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해외직구로 구매한다고 하는데, 저는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시작한다는 우정사업본부의 공적 물량 판매에 다시 기대보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손부터 씻었습니다. 지금까지 치료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방역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당장 서울에서는 그렇게까지 공포에 빠져 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대구에서 수백명이 확진이 되는 숫자를 보니 걱정이 되기도 한답니다. 물론 슬기롭게 잘 이겨낼 대한민국 국민들이지만 말이죠. 
 
한 가지만 기도해 봅니다. 적어도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라면, 천사같은 어린이들은 이 전염병 파국에서 피해가기를 말이죠.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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