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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 4학년 때 터진 IMF 위기, 영어 활용하려다 ‘이 진로’로 

호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수정 크레드 대표


 
인생은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다. 기자 역시 어릴 적 간호사나 교사를 꿈꿨지만 언론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하물며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더하다. 집안이 어렵거나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대학을 포기하고 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여기 저기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호텔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이수정 크레드 대표 역시 그 중 하나다. 90년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호텔업계로 진출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워커힐과 JW메리어트서울 등 굴지의 호텔을 거쳐가며 실력을 키워왔다. 지금은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컨설턴트 겸 기획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우먼스플라워는 최근 이 대표를 만나 직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신은 누구인가.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 ‘크레드’의 대표다. 주로 하는 일은 글로벌 호텔 기업의 브랜드를 한국에서 알리고 최종적으로는 영업실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한다.”
 
-대학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했나.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했다. 대학 졸업 때까지 내가 호텔에서 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호텔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나. 
 
“대학 4학년 때 IMF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 계기가 됐다. 모든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인턴 제도가 대중화된 때도 이 때다. 당시 부모님이 영어 실력도 살릴 수 있고 여성으로서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이유로 글로벌 호텔 취업을 권유하셨다.
 
이후 좀 정보 수집을 해봤다. 꽤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이 펼쳐지는 업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차별 없이 업무에 대한 기회도 균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전 어느 호텔에서 근무했나. 
 
“첫 직장은 하얏트리젠시 부산이었다. 이후 하얏트리젠시 제주, 하얏트리젠시 인천 등을 거쳤다. 이후 JW메리어트 서울을 거쳐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현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근무했다.”
 
-이직이 꽤 많다. 
 
“호텔업계는 이직이 많은 편이다. 나 역시 많은 제안이 와서 이직이 많았다.”
 
-첫 직장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첫 직장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하얏트리젠시 부산이다. 지난 20여년간 부산 메리어트, 노보텔 부산 등으로 브랜드가 바뀌었다. 현재는 리모델링 중인 것으로 안다. 면접 보러 갔을 때 회사 분위기나 직원들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좋아 보였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수평적 분위기에 젖어서 버릇없이 군 적이 있다. 한번은 총지배인이 결재까지 모두 마친 업무를 모른다고 해서, 회의 자리에서 총지배인이 서명한 결재 서류를 내민 적이 있다. 총지배인은 굉장히 당황하면서 ‘계속 업무를 하라’고 했지만, 회의가 끝나고 선배들에게 불려가 혼이 났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식 프로세스를 건너뛴 아찔한 행동이다.”
 


브랜드 콘셉트에서 마케팅 실행까지 
 
-호텔 마케팅의 꽃은 역시 오픈할 때 아닌가 싶다. 
 
“그렇다. 브랜드 컨셉 정립,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개발부터 브랜드 컨셉에 맞춘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 언론 홍보와 홍보물 제작에 이르기까지 호텔을 알리기 위한 모든 기반을 다지고 세부 전략에 따라 다양한 홍보, 마케팅 업무를 진행한다.”
 
-기억에 남는 호텔 경력이 있다면. 

“직원으로서 오픈했던 호텔 중에서는 하얏트 리젠시 인천(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파크 하얏트 서울, 코트야드 서울 타임스퀘어가 기억에 남는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내야 했었기에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제 커리어에 있어서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창업 후 홍보마케팅 컨설팅을 한 호텔로는 호텔 카푸치노가 있다. 크레드를 창업한 후 처음으로 맡은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브랜딩부터 함께 참여해서 세부 홍보, 마케팅 실행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통합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수행했다. 고객사와 함께 브랜드 정립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어 소중한 기회였다.”
 
-호텔은 화려하지만 또 고객이 모르는 곳에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곳인데.
 
“그렇다. 고객들의 눈에 우아하고 화려한 공간으로 또는 모던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계속 비춰지도록, 그리고 그 공간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또 콘텐츠도 다양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리빙, 푸드, 건강,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폭넓은 경험과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젊은 호텔리어들은 어떤가.
 
“우선 옛날 호텔과 요즘의 호텔이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달라졌다. 호텔에서 식사 한끼하고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게 됐다. 

 

업계에서도 어릴 때부터 호텔에서 가족 식사를 즐기고, 휴가를 즐겼던 밀레니얼 세대가 입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왜 호텔에 입사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호텔에서 놀았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런 멋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식이다. 
 
호텔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입사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힘들어서 오래 못 버티고 그만 둘 때가 많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업무를 바라보고, 본인들이 누렸던 문화와 경험을 잘 살려서 업무에 적용시키고 일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보람도 느끼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문성 살리고, 영역 확장 위해 ‘창업’ 선택
 
-일류 호텔에서 간부로 일하다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호텔에서 일하는 것은 재미있다.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다른 업계의 홍보나 마케팅 업무로 영역을 확대하고 싶었다. 그런데 호텔업계에 오래 근무하다보니, 업계를 바꿔 이직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대안으로 호텔을 메인 업무로 하고, 다른 분야의 홍보마케팅까지 아우를 수 있는 창업을 구상하게 됐다. 지금도 회사의 고객사는 내 전문분야인 호텔이 다수지만, 스포츠업체도 있고 유통이나 정부 일도 하고 있다. 
 
물론 창업 초기에는 다른 창업자들처럼 시행착오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자유와 성취감이 더욱 컸기 때문에 행복했다.”
 
-호텔 전문가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에 좋다고 생각하나. 

“호텔업계는 여성 임직원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에 좋다. 우선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다. 또 외국계 브랜드 호텔의 경우 여성의 경력 개발이나 결혼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역사가 길다. 관련 프로그램도 많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한때 드라마에서 호텔리어를 너무 과하게 포장해서 표현하는 바람에 환상을 가지고 호텔리어를 지망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 유명 호텔경영학과에 한국인들이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호텔의 화려한 면보다는 업무를 통해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개발할지 과연 호텔 일이 나와 잘 맞을지 먼저 고민해 보길 권한다. 호텔은 부서간 협업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팀워크 업무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여행이나 호텔 산업에 흥미와 관심이 있는지, 호텔리어로 일한다면 3~5년후 나의 커리어가 어떻게 발전해 있을지 등을 고민해 보라. 주변에서 이미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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