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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 둘 키우며 출판계 26년차, 내 회사까지 차린 비결

26년차 출판전문가 쏭북스 송미진 대표
1994년부터 출판 편집자 한우물 집중
“출판업 불황에도 책 읽는 사람은 있다” 

 

 

출판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밀리언셀러를 낸 편집자는 있어도 1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10권을 낸 편집자는 없다고. 그 예외 중 하나가 바로 송미진(49) 쏭북스 대표다. 그는 1994년부터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중앙일보 계열 중앙M&B에서 기획출판본부장을 지낸 이후 개인 출판사를 창업했다.
 
26년간의 출판 편집자 인생 중 대작도 꽤 많다. 장병혜 작가의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백지연 작가(앵커)의 <뜨거운 침묵>, 양창순 작가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독자에게 전해진 책들이다. 최근에는 박종윤 작가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를 펴내 관심을 모았다. 
 
우먼스플라워는 최근 송 대표를 만나 도서 편집자로서의 인생과 일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당신은 왜 출판인이 됐나.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냈다. 물론 대학 졸업 후 진로를 출판 쪽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 선배가 창업한 신생 출판사에 기획자로 합류하면서 출판계에 입문했다.”
 
-대학 때 관련 학문을 전공했나.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학보사에서 학생 기자 활동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학과 공부보다는 신문을 만들면서 보냈다. 신문방송학과 선후배들이나 학보사 선후배들과 동기들 통틀어서 출판계 쪽으로 진로를 잡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출판 쪽보다는 언론사나 기업 홍보 관련 쪽 일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당신의 초기 사회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대학 졸업 후 처음 들어간 출판사는 학교 선배인 젊은 사장이 패기만만하게 시작한 곳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편집부와 기획부가 나뉘어 있었는데, 신입 시절부터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해 나갈 수 있어 좋았다. 이후 대기업에서 사보담당 기자로 잠깐 일한 기간을 빼면 1994년 입문 이래 출판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사보 기자로 딱 1년 일을 하면서 대기업의 생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 중앙북스에서 본부장을 지냈는데. 

 

“서른 살에 중앙일보사 출판법인 중앙M&B 경력 공채 1기로 들어가 창업 전까지 만 11년간 일했다. 물론 출판국이 독립법인이 되는 등 많은 사연도 있었다. 중앙북스 기획출판본부장을 마지막 직책으로 맡고 창업했다.”
 
-당신의 대표 업적은 무엇인가.

 

“일단은 10만권 이상 책 10권 이상을 작업한 것이 내 대표적인 성과라 생각한다. 또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째 아이를 낳고 거의 모든 분야의 육아책을 펴냈다. 장병혜 작가의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뇌태교 동화>, 전혜성 작가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 등은 각각 60만부에서 100만부가 팔리며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면서는 경제경영 분야 자기계발서에 집중했다. 백지연 작가의 <자기설득파워>, <뜨거운 침묵> 등을 냈고, 이시형 작가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박지성 작가(축구선수)의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등의 히트작을 냈다. 
 
이후 2011년 센추리원이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양창순 작가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김봉국 작가의 <승자의 안목> 등을 펴냈다.”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직장 생활을 해 보니, 나 개인의 성과와는 별개로 항상 본사 인사조직의 논리에 맞춰 업무 시스템과 회사 구조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회의감을 느꼈다. 내 이름을 걸고 출판사를 만들어 출판 한 분야에 독보적인 전문성이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일선 편집자와 편집본부장, 그리고 출판사 대표는 무게감과 압박감이 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편집자는 회사 전체의 목표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이 맡은 개별 프로젝트, 개개의 아이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조직의 역량과 목표도 중요하지만 개인 역량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책임 면에서는 가볍다. 
 
편집본부장은 본인의 역량보다는 회사 전체 목표 안에서 본부의 역할을 고민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편집자적인 역량보다는 편집과 마케팅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본인이 창업한 회사의 대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안 나가는 책 10권만 계속 내면 앉은 자리에서 그냥 수억 원을 까먹을 수 있고,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책임과 압박감은 조직 내에서의 편집자나 본부장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쏭북스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회사 이름은 시그니처다. 단단한 출판을 표방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핫’해진 단어이기도 하다. 음식 관련, 가전제품에도 많이 쓰였지만, 출판사 이름으로는 없었다. 출판계에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었다.
 
쏭북스는 별도의 출판브랜드(임프린트)다. 올해 초 내 성(姓)을 따서 지었다. ‘유쾌한 인생을 응원하는 책’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한다. 읽으면 돈이 되는 시의적절한 교양서를 펴내는 것을 목적으로 읽을수록 더 큰 울림을 주는 힘 있는 책, 중고서점에 절대 팔고 싶지 않은 책, 책꽂이에 꽂아만 둬도 힘이 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쏭북스의 첫 책은 낸 박종윤 작가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인데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박종윤 작가는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유명한 전자상거래 전문컨설턴트다. 사람과 기업의 관점과 태도와 체질을 바꿔 끝내 운명을 바꾸게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한다.)
 
-직원은 몇 명 있나. 
 
”10년째 함께 하는 마케터와 20년 넘게 함께 책을 만들어온 에디터 등과 함께 하고 있다. 나는 함께 일할 사람을 뽑을 때 나이나 실력보다는 무엇보다도 하고자 하는 열정을 먼저 본다. 기본 사람에 대한 관심, 측은지심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선 합격권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실력이 좋다. 오히려 인성이 중요한 포인트다.“

 

 

아이들 키우며 육아책 펴내 대박…일이 육아에도 도움

 

-슬하에 자녀가 있나.

”고교 1학년 아들과 초등 5학년 딸이 있다.“
 
-‘본부장 출신 CEO 엄마’로서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큰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내가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을지 참 막막했다. 이후 직업적 특성을 살려 아이 키우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만들었다. 훈육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이유식, 심지어 베이비 마사지에 대한 책까지 펴냈다. 책을 펴내면서 생각하고 배운 것들이 육아에도 도움이 됐다.

 

나 스스로 독자가 된 책을 만들어서인지 이때 만든 육아책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한때 ‘육아책의 여왕’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한 때 교보문고 육아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내가 만든 책이 3종이나 오른 적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 둘을 키우는 건 안 힘드나.
 
”힘들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낳았고, 5년도 더 지나 둘째를 낳았다. 남편과 나 모두 상대적으로 조직에서 안정된 위치에 오르고 난 후 아이를 낳아 조금 수월했던 면도 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또 매일매일 어려운 일도 있었다. 입주 도우미의 도움도 받고 친정 부모님의 서포트도 받으면서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사실 아이 하나도 힘든데 어떻게 둘째까지 낳았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면 하나보다는 둘이 훨씬 수월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첫째 아이에게 내가 집착하지 않아 좋았고,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면서 바쁜 엄마를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는 편이라 고맙기도 하다.”
 
-출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에디터보다는 출판기획자라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 요즘엔 나 스스로 콘텐츠 설계자라고 명명했다. 
 
이십 년 넘게 책을 만들면서 다 쓰여진 원고를 그대로 책으로 출간한 일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어떤 사람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중에서 타깃에 맞는 핵심 메시지 하나를 뽑아내어 원고를 만든다. 사전 인터뷰를 해서 강력한 하나의 메시지를 정하고, 그에 맞춰 목차를 잡아나간다. 모든 목차는 그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쓰여진 원고는 대부분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쓰는 자신에겐 너무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지만 읽는 독자들에겐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반응이 나오기 일쑤다.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얘기도 하고 싶고 저 얘기도 중요하다는 ‘구슬 서말’을 잘 꿰어내어 ‘하나의 보배’로 만드는 일이 우리의 직업이다. 

 

만약 출판사 편집자가 꿈이라면, 개별 정보를 엮어서 하나의 흐름을 가진 메시지를 만드는 집중력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시대의 흐름보다 반 발 앞서 하나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일이 중요한데, 이때 통찰력과 함께 결정력 또한 필요하다. 저자와 회사 내부 결정권자, 무엇보다도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나만의 논리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규모가 큰 출판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 기업처럼 정기적으로 신입사원을 뽑거나 경력사원을 잘 모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알음알음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경우도 꽤 있다. 출판인회의나 출판협회에서 하는 기획, 마케팅 강좌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인력 수급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관심이 있다면 두드려라.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거기에서부터 또 길을 열리는 법이다.”

 

-출판업은 항상 불황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종이책을 읽고 인생의 향방을 결정한다. 또 지금도 여전히 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존재한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